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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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토론 참고자료

의사의 '권리'와 의료의 공공성

김 동 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1.
올 상반기 발생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면 단연 의사들의 폐업 사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의사폐업 사태에서 의사들은 '의권(醫權)을 쟁취'하겠다고 투쟁하였다. 의사들은 약사들의 대체조제, 임의조제 가능성을 완전히 막고 자신의 '진료할 권리'를 확보한 다음, 그것을 통해서 정당한 보수를 받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처럼 의사들의 집단폐업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직업으로서 의사,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 자본주의라는 세 단어를 머리 속에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하면서 보냈다. professionalism을 영어사전에 찾아보니 전문가(장사꾼) 기질, 전문가적 기술, 직업선수적임, 프로적인 기질 등으로 설명되어 있다. 즉 professionalism이라는 단어에는 어떤 분야를 전심전력으로 추구하여 그 일을 가장 유능하게 잘 수행한다는 의미와 그러한 활동이 자신의 높은 수입 혹은 소득과 결합되어 있다는 의미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국 의사들의 폐업은 전문가의 자존심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는가, 그렇지않으면 이미 확보된 전문가주의의 쇠퇴에 대한 반동, 혹은 방어심리에서 나온 것인가? 그것은 전문성으로 포장된 적나라한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실제로 '의권'이라는 내용을 채울만한 전문가주의의 내용을 가진 것인가?

사실 시민단체에서 마련한 의약분업 안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의료 부패를 근절시키며, 의사의 진료행위를 정상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지였다. 그 동안 국민들은 약물의 오.남용의 대표적인 피해자였으며, 의원과 병원은 낮은 진료비를 보전하기 위해 무리한 약 처방을 강요하였다. 의약분업이 실시된다면 진료정보가 공개되어 김용익이 주장하는 것처럼 의사와 약사간에 '이중 점검(double check)'의 기능을 가짐으로써 외래진료 부분에 있어 의료의 질 관리(quality assurance) 효과를 나타내게 될 것이고, 약사들은 용법, 용량, 약물 상호작용에 대해 한번 더 비판적인 검토를 하게 될 것이다. '이중 점검'은 반드시 의사가 처방을 잘못했을 때, 수정하는 치료적 효과 뿐 아니라, 처방 자체가 신중해지는 예방적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시행착오의 기간을 거친다면 환자들은 "가벼운 질환은 약국에서 해결하고 중한 질환은 종합병원을 찾는" 관행이 정착될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주장한 '의권'의 내용은 약사들의 '대체조제' 혹은 임의적인 조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의사들이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가져야 하고, 의사들이 '약장사'가 되지 않고서도 충분하게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집약된다. 그 동안 한국의 의사들은 형편없이 낮은 진료비를 약값 마진, 주사제 과다 사용, 종합검진, 성형수술 등 의료서비스 개발 등 사실상 '의권을 포기'한 대가로 수입을 보전해 왔다. 대형병원들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서 의료보험 부당징수, 제약회사와의 담합을 통한 약값인상, 무리한 진료 강요 등의 방법을 사용해왔고, 이에 대하여 국민적인 분노가 간헐적으로 비등해도 낮은 진료비가 문제의 근원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도 어떤 손을 쓰지 못하고 후퇴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결국 의약분업 실시를 목전에 두고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무권리'상태에 있었다기 보다는 '권리의 부재'를 '수입의 보장'과 바꿔치지 하고, 의료 부패를 묵인하면서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인 의사들이 이전 폐업에서 가장 강력하게 내세운 명분인 직무, 즉 진료행위를 독점적으로 수행할 권리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의사들의 의료 서비스를 받게될 일반인들이 건강하게 살 권리, 혹은 진료받을 권리와는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가? 의사들은 무슨 근거로 자신이 진료를 독점할 권리, 즉 진료권을 보장받음으로써 그게 합당한 높은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가? 누가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였으며, 그들은 누구를 상대로 하여 권리 투쟁을 하는 것일까? 그들의 권리는 같은 시기 발생한 롯데 호텔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생존권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이러한 의문들이 대답되지 않은 채 의사폐업 사태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상처를 남겼으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의약분업안을 처음 제출하였고, 합의안을 도출한 주역이었던 시민단체는 첨예한 이익갈등이 발생하게 되자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설픈 중재자의 역할밖에 할 수 없게 되었다. 일반 국민들은 젊은 전공의가 주동하여 의사들이 90%를 넘는 폐업동조를 하는 것을 보니 뭔가 정부의 성급한 의약분업 강행조치가 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중대한 착오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이 직접 서명한 의약분업안을 깨고 나와서 계속 말을 바꾸어 가면서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폐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에 '시장의 잡배' 수준의 온갖 욕설을 퍼부으면서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 동료나 사회를 모두 적으로 돌리는 이들의 태도를 보면 그들에게 갖고 있었던 일말의 기대와 존경심이 완전히 사라지는 느낌도 갖게 되었다. 더구나 환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응급실까지 비우는 그들의 '뒤를 돌아보지 않는 자기 중심주의'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놀랄만한 전투성과 단결력 앞에는 파업의 대명사인 노동자들도 경악할(!) 지경이었다.

비록 의약분업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능력은 없었지만, 나는 이번 사태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읽게 해주는 현미경이며, 민주화 이행과정에서의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 변화, 그리고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을 읽어내는데 대단히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 기념비적 사건이라는 점은 사회학 연구자의 본능적 감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2.
이번 폐업의 주요 공격 상대는 정부, 즉 보건복지부였다. 의사들은 의약품 분류, 정부의 부담 등에 대해 준비가 미비한 상황에서 의약분업을 강행하는 정부를 상대로 이미 1년을 유예하여 실시하게 된 의약분업안의 재차 연기를 목표로 투쟁한 것이다. 사실 정부는 '선시행 후보완'의 원칙을 양보하지 않은 채 의약분업안의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조직의 제시, 구체적인 재정소요내역과 재정조달 계획 등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의사들이 폐업이라는 극한적인 방법을 동원하자 의약분업의 애초의 원칙을 뒤흔들 수 있는 "주사제는 의약분업에서 제외한다"는 무원칙한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에게 문제가 있다면 의사들이 주장하듯이 현 정부의 의약분업안을 내놓은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별로 돈들이지 않고 개혁을 하겠다는 발상에 있는 것이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보건 복지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출없이 국민들과 의사들의 불만을 잠재워온 국가의 복지부재, 의료복지에 대한 정책 부재, 무책임한 시장주의, 즉 안보국가의 체제유지 논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종찬이 강조한 것처럼 해방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면허시점을 통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의료를 완전히 시장경제에 맡겨두자는 정책을 취해왔다. 즉 지금까지 정부는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국고지원 없이 의료를 완전히 사적시장 메카니즘에 의존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인의협이 강조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국민에게는 형편없는 보험혜택을, 의료인에게는 낮은 기술료를 강요하는 제도"이다. 즉 현행 의료보험 제도는 국가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국민경제의 주체들에게 보험의 재정을 떠넘긴 것이다. 의료보험으로 보험 혜택의 범위는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중병이라도 걸리면 의료보험증은 휴지조각에 불과한 상태이다. 환자는 의료기관에 직접 자신의 돈을 내서 진료를 받아야하고 의료기관은 다른 지원 없이 오로지 낮은 수가와 환자의 본인부담금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값싼 서비스로 국민들을 만족시키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수입을 확보해야할 의료인과 좀더 저렴한 돈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고자 원하는 환자 사이의 잠재적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지역의보재정의 국고지원이 26%에 불과하고 환자들의 의료보험료 부담이 소득의 3%에 불과하여 선진제국의 2/1-4/1 밖에 안되는 실정에서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오늘날 대학병원을 비롯한 한국의 대형병원에는 CT, MRI 등최첨단의 의료장비가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장비들은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의료보험은 이러한 의료장비의 사용과는 무관한 영역에 있다. 그리하여 의료공급의 90%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담당하게 되어 있는데 대학의 병원들조차 이러한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 그 공공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적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이들 대형 병원들은 철저하게 시장의 법칙에 따라서 행동한다. 시장의 법칙이라는 것은 곧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서라도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병원들은 거대한 부패. 비리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응급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에 응급실은 가장 부실하게 운영된다. 그러나 응급실이야말로 생명이 중요한가 돈이 중요한가를 판가름할 수 있는 현장, 즉 의료의 사회성 혹은 공공성을 가늠할 수 있는 현장이다.

특히 지금 우리 나라의 3차 의료기관은 1,2차 의료기관과 무차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대형병원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동네의원이 몰락하는 의료체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동네의원들이 이토록 정부를 불신하게 만든 근본원인인 것이다. 한국인의 국민건강을 바로 대형병원으로 대표되는 이 의료자본에 의탁되어 있는 꼴이다. 이미 한국인들의 몸은 철저히 상품화되어 있다. 제약회사와 결탁된 의사들이 약물 남용 판매전략은 한국인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약사들에 의해 남용되는 약보다는 의사들에 의해 남용되는 약의 규모가 훨씬 크다. 한편 국민보험공단의 발표에 의하면 1999년 우리나라 제왕절개 분만율은 평균 43%로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안전하고 돈이 많이 남는 제왕절개를 강요하는 의사와 병원의 요구 앞에서 임산부들의 건강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전문의가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한국 의료의 과잉 전문화, 혹은 과도 자본주의화의 결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의학교육의 일차적인 목적은 1차 의료보다는 전문의를 양성하는데 두어지고 있다. 전문가주의의 과잉은 바로 전문직주의의 신화, 즉 자신의 기술을 돈과 교환하려는 자본주의적인 심성이 배태될지언정, 의사와 환자의 관계, 의술의 사회적 위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 영혼이 없는 근대인을 양성한다. 이 경우 의사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만이 압도하게 된다. 의학 혹은 의술의 중심인 내과와 외과가 3D 업종이 되어버리고 성형외과, 정신과 등에 몰리는 오늘의 이 기형적인 의사구성도 과잉 전문주의 혹은 과잉 자본주의화의 결과인 셈이다.

한편 80년대 이후 무분별한 의대 증설이 허용되었는데, 의료인의 공급을 통해서 의료시장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시장논리가 여기서도 작동하였다. 의사의 절대수가 증가하여 의료서비스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 자체는 타당한 것이었지만 현재와 같이 의료 서비스가 과도하게 시장에 내맡겨진 조건에서 대학을 졸업한 의사들은 돈이 안되는 지방으로 가기보다는 서울 근처에 몰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돈이 되고 편한 전공분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의사수의 증가가 반드시 의료서비스의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변호사들이 브로커를 고용하여 법률 시장을 창출하듯이 의사들은 자신의 시장이 좁아진다고 느끼면 국민 건강을 해치면서도 스스로의 시장을 창출하려 할 것이다. 앞서 말한 의사들의 과다진료나 과다 처방이 그러한데, 그것을 전문직에 관한 한 수요 - 공급의 시장법칙이 예상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

결국 의료 서비스가 시장에 내맡겨진 상황에서 정작 책임져야 할 정부는 책임을 면제받고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돈만 아는 존재", "2시간 기다려 3분 진료"하는 병원이라고 비난받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98년에 발생했던 보라매 병원 사건, 즉 의사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보호자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명분 하에 퇴원시킨 사건은 이윤의 논리에 지배되는 병원의 반사회적 행동의 대표적인 예인데 그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도 한국의 의사들과 병원이 철저히 시장의 논리에 지배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의사폐업의 원인(遠因)은 결국 국가의 과도한 개입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불개입, 혹은 국가의 잘못된 개입의 결과인 것이다. 의사들의 불만과 비리도 다분히 이러한 국가의 무책임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시장에 맡겨 둔 상황에서 가장 고통받아온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바로 국민, 특히 돈 없는 국민이었다.


3.
콜린스(Collins)가 말한 것처럼 의사는 모든 직업중에서 가장 전문적 기능을 요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전문적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그들이 가장 많은 경제적 이득을 누릴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서구에서도 과거 의사들은 비교적 낮은 지위에 머물러 있었으며, 의학이 과학기술 문명의 총아로서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에도 의사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는 나라별로 다르다. 의사들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나라는 현재 자본주의 문명의 패자인 미국이다. 미국에서의 의사들은 유사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약제사 등을 시장에서 추방하고 대학교육을 통해 공급을 통제하는 등 의사들의 집단적 권력을 확보함으로써 이러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즉 의학의 발전만이 의사들의 지위를 보장해 준 것은 아니며, 더 중요한 것은 의사들이 자격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등 확실하게 시장통제력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문가 시스템, 즉 의사의 전문성 보장 시스템은 어떠한가? 조효제가 강조한 것처럼 해방 후 한국의 전문가 씨스템은 철저하게 도구적 기술로 전락했으며 전문가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흐름은 없었다. 우선 일제시대 이후 의사들은 어느 누구로부터, 어떤 정권으로부터도 도전받지 않는 권력자들이었으며 최고의 수입을 자랑하는 상류층이었다. 국가가 이들의 자격증 제도 혹은 의과대학의 학제의 수립을 통해 이들에게 권력을 부여해주었고, 현대의 발전된 의학이 그들의 능력과 자격을 신비화해 주었다. 몸을 권력에 의탁하는데 길들여진 한국인들은 몸을 완전히 의사들에게 의탁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최근 의료분쟁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는 누구도 의사들의 진료와 처방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았다. 80년대 말 군사정권 붕괴이후 이러한 도구주의를 비판하면서 전문성의 사회적 실현을 촉구한 운동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등의 운동이었다. 그것은 국가가 전문직을 통치 씨스템의 작동기제의 근간으로 삼고 물질적 보상을 통해 그것을 정당화해주는 기제에 대해 저항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였다.

즉 일제시대이래 의사의 권력보장은 자체의 견제나 외부적 견제를 받지 않았다. 즉 의사의 권력은 의료인의 직업적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에 뒷받침되지는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일제시대부터 의사들은 공중보건보다는 개인의 질병치료에 치중하였으며, 의료행위는 곧 금전적 보상과 일치되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언제나 가장 인기 있는 학과였던 의과대학에 진학한 우수한 학생들은 말로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수 없이 암송했을지 모르나, 부모들이 그들을 의과대학에 보낸 가장 중요한 이유가 "의사가 돈 많이 벌고 존경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부자들만이 자녀를 의과대학에 보낼 수 있었고, 의대진학은 '문화자본'의 획득으로 부를 대물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는 공인된 도둑"이라는 말이 유행한 데서도 할 수 있듯이 의료행위가 돈과 직결된 한국사회에서 의사들에 대한 평판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소설가 전광용이 물욕에 어둡고 기회주의적인 한국인 '꺼삐딴 리'를 의사로 설정한 것도 한국사회에서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반영하는 것일 게다. 전광용은 자신의 주인공 '꺼삐딴 리'인 이인국 박사의 타산적인 환자 감별 행동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것은 마치 여관 보이가 현관으로 들어서는 손님의 옷차림을 훑어보고 그 등급에 맞는 방을 순간적으로 결정하거나 즉석에서 서슴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와 흡사하다"...." 그는 새로 온 환자의 초진에 앞서 우선 그 부담능력을 감당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신통치 않다고 느껴지는 경우에는 무슨 핑계를 대든 그것도 자기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간호원더러 따돌리게 한다. 그의 고객은 왜정시대에는 주로 일본인이었고 현재는 권력층이 아니면 재벌의 셈 속에 드는 축들이어야만 했다."

주로 돈있는 사람들만을 상대하며, 진료비가 없으면 위급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오늘날 대형 병원의 반사회적인 행동들은 이러한 이인국 박사의 환자감별 행동이 이제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건강 혹은 목숨을 앞에 두고 돈을 저울질하는 '꺼삐딴 리'의 모습은 의료행위와 자본의 시장경제와 결합을 보여주는 것이며, 의사야말로 이해타산 앞에서는 눈물도 인정도 없는 냉혈한의 자본주의 근대문명의 선구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최근의 Genome 개발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의학은 바로 현대 과학의 총화이며, 의사는 바로 현대 과학문명의 전도사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이 인간을 미신으로부터 해방시켜 인류에게 복리를 가져다주었듯이, 의학의 발전은 과거에는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병마의 원인을 캐내는 개가를 이루었고, 수많은 인구를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러나 다른 편으로 보면 과학이 기술 혹은 자본과 결합하여 과학의 성과를 이윤추구의 도구로 변화시켰듯이 의학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결합하여 인간의 목숨을 다루는 의료행위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 변질시켰다. 그리하여 의학과 의사, 그리고 병원은 우리를 고통과 죽음에서 해방시켜 주는 현대판 구세주이지만, 동시에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잔인하고 비정한 신(神)이다.

전광용의 묘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대 한국에서 의사들은 금전적 이해관계 혹은 도구성 이성을 가장 전형적으로 견지하는 존재였다. 그들은 자신의 의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또 사용되어야 하는지 질문한 적이 없다. 오직 과학이 가르쳐주는 증거에만 입각하여 환자를 그러한 과학 지식의 대상으로만 파악해 왔으며, 잘못된 제도를 비판하기보다는 그 제도 속에서 이익을 추구해 왔다. "의대생들은 공부는 굉장히 잘하는데 사회성은 대단히 부족한" 우리사회의 공부 잘하는 사람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지위를 누리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이 사회 내의 한 존재라는 점은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고서 자신이 누리는 지위와 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다. 병원에서 차별대우를 받는 간호사들도 병원개혁과 의료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바 있지만, 의사 '선생님'들이 간호사들의 절박한 요구에 동조했다는 어떤 기록도 없다. 의사협회는 의대 정원을 늘이려는 정부의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여 지위하락을 막기 위한 직업집단 특유의 행동을 보였는데, 황상익은 의사협회의 임원진의 중요한 임무가 의과 대학의 신. 증설을 저지하는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번 의사폐업 사태에서 의사들이 전문주의를 내세우는 배경에는 과학적 진리에 대한 확신과 그것의 안전장치로서 자격주의를 포기할 수 없다는 믿음, 그리고 국가가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당연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요구, 혹은 젊은 의사들의 미래에 불안 등이 결합되어 있다. 의사들이 주장하는 '의권'의 개념은 바로 진료에 관한 한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판단하고 결정내릴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대체로 전문주의의 기득권을 보호하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의권'의 구호에는 과거에 의사들 자신이 실질적으로 부도덕한 진료와 엄청난 대체조제와 과다투약 조치를 수행하였으며, 그것이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켰다는 점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제 자신의 국가보증과 제약회사와의 관계 속에서의 특권이 상실될 위기에 처하자 의사들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시장 독점을 강조하는 셈이다. 그것은 의약분업을 실질적으로 거부하면서 의사들의 살길과 지위를 찾자는 수사이다. 여기에는 전문주의의 권위는 물론 어떠한 도덕성과 공공성도 설자리가 없다. 의사들은 과거의 국가보호의 자격증 독점을 이제는 제도적 독점으로 완결시키려 하는 것이다.

사실 전문주의 일반이 갖는 위험성이기도 하지만, 진료라는 것도 의료인들만의 독점 영역이 될 수 없다. 의사만이 진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기술과 과학에 대한 맹신에 기초한 것이다. 우선 그들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동료들에 의해 토론 검증되어야 하고, 그것은 환자의 판단과 문제제기를 배제해서는 안된다. 한편 자본주의 병원 제도 하에서 그들의 진료권은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의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전문주의가 갖는 자본주의적 측면, 혹은 의학 혹은 과학의 사회적 성격을 고려하지 않으면 의사들의 전문주의 주장은 자본주의하에서의 의사의 직업적 기득권 옹호의 논리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지난번 의사폐업 과정에서 국가독점주의, 기술주의를 비판해온 전문직 내의 개혁집단 (인의협)이 완전히 고립되어 동료들의 돌팔매질을 당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의권'을 강조한 의사들의 논리가 대체조제 금지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그들의 투쟁에는 '돈이 없어 병원을 갈 수 없는 더 많은 잠재적 환자'는 거의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한국의 의사들이 보여주는 도구적 이성, 과학성에 대한 맹신, 그리고 사회성의 전적인 결여는 바로 일제시대 이후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국가주의와 도구주의로서 지배로서 한국식 근대의 한 모습이다. 국민 혹은 시민이 설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것은 시장주의와 공통된다. 따라서 이들과 정부와의 충돌은 이제 국가가 '국민의 국가', 즉 나름대로의 원칙과 법의 지배, 혹은 공공성을 표방한 국가로 변신하려는 과정에서 과거의 권위주의 국가와 공생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기술주의 과학주의 신화를 무기로 신분적 특권을 유지해 온 의사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저항하는 보수적인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의약분업을 반대하면서 이들이 내세우는 '의권'의 실질적인 내용은 김록호가 지적한 것처럼 의사들의 수입을 위협하는 의약분업에 반대하고, "약장수를 계속하기 위한 공허한 빈말"에 불과하다는 김록호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4.
그러나 우리는 과연 의사 집단만 이기적이라고 몰아 부칠 자격이 있는가? 의사들의 이기적이라면 과연 우리사회의 어떤 집단이 공익을 고려하고 있는가? 의사들이 기득권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므로 의사의 폐업을 노동자의 파업과 같은 차원에서 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들에게 직업 윤리와 책임의식을 견지하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의사들의 전면 폐업 사태는 세계에서도 찾기 어려운 비상식적 행동임에는 분명하나, 앞뒤를 고려하지 않은 이들의 행동에는 우리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무언가 중요한 코드가 숨어있음에 틀림없다. 사실 주가조작, 탈세, 변칙 상속 등에서 드러난 바 재벌 기업의 범죄 행위, 변호사 비리, 공무원 부패 등에서 드러난 바 한국 자본주의 지배질서는 극히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사회는 이미 과거부터 총체적으로 무정부 상태, 무규범 상태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스(Mills)가 말한 것처럼 이러한 무정부, 무규범 상태는 "돈에 의한 생활의 가치 기준이 지배적인 것으로 되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돈을 잡든 돈을 가진 인간이 존경을 받는" 자본주의 자체가 조장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국가중심주의, 혹은 공공성(publicity)의 국가 독점주의가 이러한 무정부주의를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즉 안보와 체제유지로 집약되는 공공성의 국가 독점은 시민사회 내부에서 공공성의 담론이 자생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길을 봉쇄하였다. 이러한 공공성의 국가독점체제 하에서 역설적으로 정부는 공공성을 견지하지 않았으며, 권력자나 가진 자들은 공익에 대한 헌신성을 전혀 갖지 않았다.

사실상 가진 자들이 가장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잘 알 고 있는 민중들은 이미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도 무규범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의사들의 이기심은 의사들만의 것이 아니라 변호사, 회계사 교수 등 우리사회의 모든 지식층 혹은 전문가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태도이다. 의사들의 경우 자신의 직무 태만이 곧 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두드러져 나타났을 따름이다. 이들 전문가 집단은 군사정권과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사회의 도덕적 아노미 상황의 조성에 일조 해 왔다. 뒤르켐(Durkheim)이 말한 것처럼 '개인을 넘어선 어떤 것에 대한 충실함'을 도덕적 활동의 원천이라고 본다면 한국은 도덕적 진공상태에 있는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진 자본주의 여러나라의 전문가 집단 혹은 직업집단이 더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자본주의적 이해 관심을 근대 국가형성기에 확립된 어느 정도의 공적윤리와 결합시키고 있으며, 집단적 이해의 추구를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제도와 세련된 수사로 포장하고 있다면, 한국의 전문가 집단이나 의사집단은 출생부터 이러한 것 자체를 고려할 어떠한 기회도 없이 국가와 시장의 정글의 법칙에 내동댕이쳐졌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국 전문가 집단의 특성, 그들의 성장사, 나아가 한국의 근대사, 자본주의의 역사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국가는 자본가와 전문직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보장해 주었고, 그들의 권위는 국가의 성장정책, 국가 공인 자격증 부여, 교육기회의 개방,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뒷받침해 주었다. 체제유지를 위한 기업의 탈법, 국방비 지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복지 재정의 결여가 이러한 명분 하에 정당화되어 왔다. 그러나 80년대 말 군사독재의 붕괴는 동시에 국가기구의 민주화, 정당의 기능 회복, 사회 제반 영역의 민주화라는 과제를 부과해 주었다. 87년 이후 노동조합 운동의 등장과 시민사회의 성장은 이러한 정치경제 체제에 대한 가장 전면적인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화의 요구가 비등하는 한편에서 자본측은 국가의 부당한 간섭, 기업활동 제약, 준조세 징수 등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자본 축적 활동을 '작은 정부', '자유'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국가에 대하여 공격을 가하였다. 1992년 정주영의 대통령 출마는 그것을 상징하였다. 전반적으로 군사정권 붕괴이후 이제 우리사회는 과거와 같은 이익 조정의 방식으로는 이익집단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할 수 없으며 국민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 졌다. 이제 사적 이익의 개화(開花)는 민주화와 맞물려 진행되었으며, 어떤 점에서 후자를 압도하였다.

민주화와 자본주의화가 같은 시기에 동시에 진행되고, 글로벌이제이션 담론과 맞물려 민주화 담론이 오히려 수세에 몰리면서 시민운동이 국가의 불완전한 공적 역할을 보완하였으나 이익집단의 등장, 자본과 이윤추구의 논리는 시민운동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켰다. 이번의 의사폐업 상황에서도 시민단체의 공공성, 중립성은 한계를 드러냈다. 의사들은 이들을 친정부적 존재로 매도하였으며,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였다. 시민단체에 함께 소속된 의사들은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으며, 결국 이들 이중 소속 의사들은 단체를 탈퇴하였다. 이번 의사폐업에서 정작 중요한 의료의 상품화, 공공의료의 확보라는 더 중요한 쟁점은 묻히고 말았다. 과거나 현재나 의료에 관한 공공성은 설자리가 없다. 오늘날 황폐화된 교육 현실을 보면 철저한 국가의 철저한 민주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학부모의 선택권', '개방과 자율화'가 어떠한 폐해를 가져오는지, 국가의 재정 지원, 공적 기능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경쟁의 논리, 자율화 개방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공(公)은 멀고 불분명한데, 사(私)는 구체적이고 분명해졌다.

따라서 의사들의 폐업사태는 그들이 무엇으로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던, 국민건강이라는 말이 수십 번 반복하던 결국 마르크스가 말한 바 모든 단단한 것들을 녹아 내리게 만드는 이 자본주의 문명, 즉 위신과 권위, 체통과 염치, 전통과 습관을 모두 낡은 것으로 만드는 이 적나라한 이윤추구의 세상, 자본의 지배가 도래한 것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들렸다. 그리하여 이제 의사는 '선생님'의 칭호를 얻을 수 없게 되었고,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인의협의 다음과 같은 요구는 더욱 공허하게 들리게 되었다.

우리는 의사라는 직업의 존재이유가 전장에서도 적군을 돌보는, 즉 인간의 생명을 가장 귀중한 가치로 여기는 것에 기반한다고 믿는다. 자신에게 맡겨진 환자의 생명을 포기한다면 의사라는 직업의 존재기반은 없어지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사들의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다하더라도 또한 투쟁의 대의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의 생명에 대한 포기행위이다.

의사들이 진정으로 되찾아야할 의술의 권위와 자본주의적 이윤동기에 움직이는 병원의 이윤추구 논리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 의사들은 후자를 견제하고 독립성을 유지해야만 자신의 업무에 통제권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다. "정상분만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의학적 소신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의 제왕절개 요구에 굴복하는 의사는 이미 의사로서의 권위를 포기한 존재이다. 의사들은 자본가와 한편이 되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돈을 버는 이 잘못된 병원권력의 하수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문가의 권위 회복이 아니라 권위의 완전한 상실이다. 전문주의의 권위가 있다면 바로 정당한 방법으로 수입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사실 질병과 가난은 인간사의 최대의 숙제이며, 인간이 부딪치는 최대의 재난이다. 그리고 대체로 "가난을 질병과 함께 한다". 가난한 사람은 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병에 걸려도 치료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병에 걸리면 노동능력이 상실하게 되어 가난해 질 가능성이 많다. 불평등의 현상이 이 의료의 영역에서처럼 적나라하고 처절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희망은 모든 문명, 모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었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이 우리 모두의 건강을 보장해 줄지는 회의적이다.

이번의 의약분업 논쟁이후 보건 복지 정책이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제 사사건건 사회적 힘을 획득한 의사들의 힘의 논리에 좌우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대중의 건강과 복지는 더욱 후퇴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의사폐업이 준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의료의 사회성, 즉 의료의 공공성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워주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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